LA SIRENE푸드페어링시음회@문래동 비어바나
2018년 7월 27일 문래동에 위치한 비어바나에서 진행되었던 라시렌 푸드페어링 시음회에 대한 기록입니다.
문래동 비어바나. 곧 직접양조도 한다고 합니다.
비어바나가 생긴지는 몇주 되었지만 직접 방문한 것은 처음입니다.
비어바나의 탭들도 마셔보고 싶었는데,
오늘 시음회를 위해 준비된 맥주가 많다고 하셔서 자제했습니다.
문래동은 4~5년전에 임대하여 사용하던 작업실이 있어서
매일같이 다니던 곳이었는데
그때보다도 많이 바뀌었더군요.
그래도 아직 여전했던 것은 철 냄새, 용접 냄새와
여러 문화 창작자들의 이미지가 겹치는 묘한 느낌입니다.
대표님께서 맥주와 도시재생에 관심이 많아
이 곳에 자리잡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앞으로의 문래동, 비어바나도 더 기대가 됩니다.
비어바나의 뜻은 Beer Nirvana 의 줄임말로
간단히 맥주 천국입니다.
미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표현 중 하나라고 합니다.
Portland를 Beervana City라고 부르는 글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더군요.
아트웤은 프랑스 출신의 스트리트 아트 작가이신 SP38님이 맡아주셨다고 하는데요.
다양한 색감만큼이나 다양한 맥주와 다양한 기획등을 통해
말 그대로의 비어바나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이 곳이 철공소였다는 것을 이 시설물이 그대로 보여줍니다.
지금 시음회를 하는 공간은 앞으로 양조기계들이 들어오면
양조를 하는 공간으로 사용 될 것이라고 합니다.
전면창에 양조 장비들이 들어올 모습을 상상하니 왜인지 멋있을 것 같습니다.
양조 장비들 위로는 저 크고 아름다운 모터가 함께 하겠지요.
준비가 잘 되어 있었습니다.
서티파이드 씨써론(certified cicerone)이자
비어바나의 예비 양조사,
그리고 비어포스트 에디터(수식어 대박 많음)이신 분께서
푸드페어링에 대한 개념과 좋은 페어링에 대한 이야기로
푸드페어링 시음회는 시작 되었습니다.
잔이 세팅이 되고.
라 시렌 브루어리의 헤드브루어인 Costa 씨가 직접
브루어리의 소개와 맥주의 소개를 해주셨습니다.
호주의 물 맑고 공기좋은 곳에 위치한 라시렌 브루어리는
세종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브루어리입니다.
Costa 씨는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다가
맥주의 매력에 빠져 맥주 양조를 업으로 삼게 된 재미있는 이력을 가진 분이셨습니다.
라시렌 세종
드디어 나온 첫 번째 맥주인 라시렌 세종 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세종인 이 맥주는 과일향이 가득합니다.
홉에서 나는 향과는 또 다릅니다.
보통 열대과일의 향은 홉으로 만든다고 생각했는데
물어보니 발효로 만들어내는 향이라고 하더군요.
홉의 향은 백그라운드로 깔리면서 은근한 효모향이 가득합니다.
평소 세종을 마시면 정향과 효모향이 가득해서
개인적인 취향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라시렌의 세종은 그보다 상큼하고 깔끔한 맛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가볍게 마시기 좋고 향이 좋아 자꾸만 잔을 들어 향을 맡게 되더군요.
첫번째 푸드페어링으로는 러스틱 까망베르 부르게스타가 나왔습니다.(사진은 깜빡해버렸습니다)
까망베르 치즈의 풍미와 세종의 효모향이 잘 어울러졌습니다.
라시렌 와일드 세종
두번째 맥주는 와일드 세종이었습니다.
발효통을 열고 발효를 하는 과감한 시도로 만들어지는 맥주라고 합니다.
바깥의 자연 효모들이 들어와 발효되는
벨기에의 람빅을 만드는 방식과도 비슷한데요.
가끔 창 밖의 잎사귀들이 들어올때도 있다고 하니,
호주의 깨끗한 자연을 잘 활용하는 예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한국에서 그랬다간 중국발 미세먼지와 중금속 맛... 아. 아닙니다.)
기본 세종보다 두배의 야생효모를 사용했다는 설명처럼
확실히 효모향도 강하고 정제되지 않은 강렬한 맛이었습니다.
한 모금 들이마시니 브렛의 향이 확치고 나옵니다.
그렇다고 역하거나 한 것은 아닙니다.
기본 세종에서 나던 산뜻하던 과일향도
와일드 세종에서는 할머니가 담그신 과실주에서 나는 농익은 시트러스한 향으로 변한 느낌입니다.
푸드페어링으로 나온 새송이 까나페는 무난했습니다.
바삭한 바게트 위에 올라간 새송이버섯과 블랙 올리브는 와일드 세종의 거친 맛을 해치지 않고
다양한 식감과 함께 음미할 수 있었습니다.
라시렌 꾸베 드 브아
꾸베 드 브아 입니다.
기본적으로 람빅의 방식처럼 오픈 발효를 하고,
와일드 에일과 함께 호주의 샤도네이 포도즙을 넣고 숙성시킨 맥주라고 합니다.
샤도네이의 즙은 압착을 해서 짜낸 것이 아닌
아주 부드러운 것으로 덮어 자연스럽게 포도즙을 내는
프리런(Free Run) 방식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포도의 산미와 와일드 에일이 정말 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여느 와인 부럽지 않습니다.(참고로 저는 와인을 1도 모릅니다.)
단 맛이 적고 드라이하며 적절한 포도향과 산미가 돌고,
그 아래 약간의 효모향이 받치고 있어
단독으로 마셔도 질리거나 하지 않고
계속해 마실 수 있는 맥주였습니다.
푸드페어링으로 나온 새우 드레싱에는 파가 올라가 있었는데
파향이 정말 잘 어울렸습니다.
약간의 알싸한 매운 맛을 드라이하고 시큼한 꾸베 드 브아와 섞이며 향이 배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숙성중인 오크통들과 라시렌 헤드브루어 costa씨, 사진을 잘 못찍어서 죄송합니다.
꾸베 드 브아와 아래 설명할 비에르 드 세리스는
솔레라 방식으로 숙성 및 블렌딩 되었다고 하는데요.
사진처럼 오크통 속에서 발효된 전년차 숙성분과 올해년차 숙성분이 섞이면서 점점 진해지는 형태입니다.
같은 배럴을 통해 계속 생산한다면 계속해서 맛이 계속 깊어지는 방식입니다.
요리왕 비룡중 한장면
어릴 적 보았던 요리왕 비룡에 비슷한 설명이 있었던 기억을 더듬어 찾아보니 있더군요!
맥주로 바꾸어보자면 "숙성된 효모일수록 맛있는 맥주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정도 일 것 같습니다.
라시렌 비에 드 세리스
이때부터는 살짝 술이 올랐는지 사진에 초점이 잘 맞지가 않네요..
폴란드산 체리를 프렌치 오크통에서 24개월 이상
위에 설명드린 쏠레라 방식으로 숙성시켜 담아낸 맥주 입니다.
어떤 분께서 사실상 벨기에의 크릭과 같지 않느냐고 질문하셨는데요.
Costa씨는 프랑스 상파뉴 지방에서만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쓰고,
다른 곳에서는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부르듯이,
벨기에의 크릭은 크릭으로 두고 본인은 비에르 드 세리스,
즉 체리로 만든 맥주 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체리의 단맛은 거의 없었습니다.
호주의 체리를 쓰지 않고 폴란드 체리를 수입하는 것은 아마 이런 부분때문이었겠지요.
그렇다고 신맛이 강한 편도 아니었습니다.
드라이하고 깔끔한 맛이었습니다.
푸드 페어링으로 나온 스트로베리 리코타는
정말 완벽한 한 쌍이라고 생각들정도로 맛있었습니다.
비에 드 세리스에서 부족한 단 맛을 이것이 채워주고,
그 단 맛을 비에 드 세리스의 드라이함으로 깔끔하게 잡아주고,
서로의 풍미도 같이 올려주는 아주 좋은 조합 이었습니다.
그냥 단독으로 먹어도 참 맛이 있는 음식이었는데, 만들어 먹어야겠네요.
리코타 치즈를 사러 마트에 가야겠어요.
라시렌 프리미어 모자이크
라시렌 브루어리의 아방가르드 콜렉션의 첫 번째 모델이라고 합니다.
라시렌의 기본 세종에 모자이크 홉으로 드라이 호핑을 더한 맥주인데요.
향이 엄청 풍부합니다.
기본 세종의 열대과일 향에 살구와
같은 상큼하고도 달달한 향이 더해진 느낌이었습니다.
모자이크 홉을 드라이 호핑한 ipa와는 또 다른 느낌이어서 굉장히 신선 했습니다.
푸드 페어링으로는 구운 파인애플에 카레멜 라이즈드한 발사믹을 올린 음식이었는데요.
드라이함과 달달함은 조화가 좋은 것 같습니다.
파인애플로 열대과일향을 유지하면서도 드라이한 마무리를
과일의 단맛으로 여운을 조금 더 오래 지속시켜 주니 좋은 조화를 이루더군요.
스페셜 비어 라시렌 세종 트로피크
세종 트로피크다!
스페셜 비어는 또 다른 아방가르드 콜렉션인 세종 트로피크 였습니다.
미수입 맥주이자, 리미티드 에디션인 이 맥주는
Costa씨가 이번 시음회를 위해 직접 가져온 맥주인데요.
Costa 씨는 이 맥주가 본인의 최애 맥주라며 직접 서빙을 해주셨습니다.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12개월 배럴 에이징한 세종을 신선하고 과일과일한 호주산 홉을 사용해 호핑한 트로피컬한 맥주입니다.
깊은 세종의 맛과 신선한 홉의 향이 잘 어울러진 맛있는 맥주였습니다.
호주산 홉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어떤 홉인지 물어봤지만 답변을 해주시진 않았습니다.
역시 고추장 비법은 며느리도 모르는 법인가봅니다.
오늘 마신 맥주입니다.
375ml인 작은병은 2인당 한병
큰 병인 750ml 우측 2병은 4인당 1병씩 마셨는데요.
계산 해보니 1리터 넘게 마셨네요...
그리고 돌아가는 길 양손은 무겁게 라시렌 세종과 전용잔까지 챙겨주신 것을 보니 정말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통큰 수입사 크래프트 앤 컬쳐 관계자 여러분과 맛있는 푸드페어링 준비해주신 비어바나 측에도 감사드립니다.
저와 라시렌 헤드브루어 코스타님. 디스 가이 이스 베리 프로페셔널 이라며 활짝 웃어주시고 계십니다.
마지막 사진촬영 타이밍입니다.
셀카모드로 다가가니 "너 완전 셀카 프론데?" 라며 활짝 웃어주셨습니다.
취해서 인듯 완전히 흔들린 초점만큼 제 눈도 풀린 듯 하여 저의 모습은 가렸습니다.
시음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밝을 때 시작한 시음회는 어느 덧 10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신 분들 모두 맛있게 드시고 만족하며 돌아가시는 길이었길 바랍니다.
